르자오는 ‘태양의 도시’라는 별명처럼 하루의 시작과 끝이 유난히 빛나는 곳입니다.
중국 산둥성 동남부 해안에 위치한 르자오는 번잡한 관광지보다
조용한 바다와 넓은 해변으로 알려져 있어, 최근에는 부부여행이나 중장년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곳입니다.
1. 두 번째 아침, 여유롭게 시작된 하루
랑야고성의 불꽃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던 다음 날 아침,
호텔 창문 너머로 희미한 햇살이 들어왔습니다.
전날의 긴 이동 탓인지 피곤했지만, 우리 부부는 일찍 눈을 떴습니다.
조식당으로 내려가 간단히 죽과 빵, 커피로 아침을 마친 뒤 여행사 버스에 올랐습니다.
두 번째 날 일정은 은작산 죽간박물관, 왕희지고거와 천태서원, 태양의 옛 거리 산책,
그리고 저녁에는 천태산 일출 전망대 방문까지 이어지는 알찬 하루였습니다.
가이드는 “오늘은 르자오(日照),
태양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햇살이 아름다운 곳입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2. 은작산 죽간박물관, 고대 중국인의 시간 속으로
첫 목적지는 은작산 죽간박물관(银雀山竹简博物馆)이었습니다.
버스가 은작산에 가까워질수록 대나무 숲이 하나둘 나타났고,
겨울임에도 푸른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박물관 안에는 수천 년 전 한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대나무 문서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가이드는 “이곳에서 발견된 죽간은
중국의 사상과 문화를 바꾼 중요한 발견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유리관 안에 가지런히 놓인 대나무 조각들에는 정교한 한자가 새겨져 있었고,
그 앞에서 일행들은 “이작은 글씨를 손으로 새겼다니,
그 정성이 대단하네.”라며 감탄했습니다.
나도 일행들의 그런 말을 들으며 신비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종이보다 훨씬 불편한 재료로도 기록을 남겼던
옛 중국조상들의 노력에 경외심을 느꼈습니다.


3. 왕희지고거와 천태서원, 마음의 여유
이어서 우리 일행이 향한 곳은 왕희지고거(王羲之故居)였습니다.
중국 서예의 대가로 알려진 왕희지는 ‘서성(書聖)’이라 불리는 인물로,
그의 집은 작은 예술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었습니다.
벽면에는 왕희지의 명필이 복원되어 있었고,
가이드는 직접 붓을 들어 한자를 써 보이며
“이것이 왕희지체의 운율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붓끝이 종이 위를 부드럽게 스치는 소리에 모두가 숨을 죽였습니다.
아내는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글씨 하나에도 인생의 리듬이 있네.”라며 감탄했습니다.
이후 방문한 천태서원(天台书院)은 산자락에 위치한 고요한 서원으로,
계단을 따라 오르는 동안 향냄새와 솔바람이 함께 스며들었습니다.
서원 안에는 ‘수양’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었고,
잠시 향을 피우며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퇴직 후 처음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평화로운 시간’을 느꼈습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마음의 짐이 조금씩 가벼워졌습니다.

4. 태양의 옛 거리에서 느낀 일상 속 행복
점심식사 후에는 태양의 옛 거리(太阳老街)로 이동했습니다.
르자오의 대표적인 명소로, 전통 건물과 현대적인 상점이 조화를 이루는 거리였습니다.
길거리에는 현지인들이 굽는 꼬치 냄새가 퍼졌고,
가게마다 다홍색 등불이 걸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작은 찻집에 들어가 따뜻한 밀크티를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창가에 앉아 거리를 바라보니, 현지 아이들이 웃으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습니다.
일행 중 누군가가 “이런 풍경이 더 좋다.
관광지보다 사람 사는 모습이 보이잖아.”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고 앞으로 시간이 된다면
아내와 배낭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의 진짜 의미는 화려한 명소가 아니라, 낯선 곳에서도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5. 선(Sun) 호텔의 온천욕으로 마무리된 하루
저녁 무렵 도착한 숙소는 르자오 선호텔(Sun Hotel)이었습니다.
깔끔한 객실과 아늑한 분위기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객실 내 단독 온천욕 시설이었습니다.
따뜻한 야외에 마련된 온천수에 몸을 담그자
천태산의 찬 공기가 사라지며 몸과 마음이 함께 풀렸습니다.
멀리 하늘에는 은하수가 반짝이고 있었고
여행의 피로가 따뜻한 온천수에 녹아져 내렸습니다
이렇게 또 천천히 하루히가 저물어갔습니다.
불꽃으로 시작한 첫날이 뜨거운 감동이었다면,
둘째 날은 태양의 도시에서 느낀 따뜻한 평화였습니다.
나의 퇴직 후의 삶이 이런 여행처럼 잔잔하게 이어지길 바라며,
우리는 온천수의 따뜻함 속에서 잊지 못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글은 태양의 도시 르자오를 빠듯한 일정이 아닌,
천천히 걸으며 분위기를 느끼는 여행지로 경험한 여행 기록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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